유아 교육 현장에서 ‘자율성’이라는 키워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힘은 미래 핵심 역량으로도 평가받고 있으며, 이 능력은 유아기부터 경험을 통해 형성됩니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과 중 자유선택활동 시간은 자율성을 키우는 핵심 시간대입니다. 단순히 놀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 내적 동기, 자기 조절력을 키울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유선택활동이 자율성 발달에 왜 중요한지, 교사가 어떻게 그 시간을 구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자유선택활동이 자율성을 촉진하는 이유
아이들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교육이 아닌 ‘경험’을 통해 익힙니다. 특히 정해진 활동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놀이에서 아이들은 ‘내가 결정했다’는 주도성과 책임감을 체득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 결과, 피드백은 모두 자율성 발달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자유선택활동은 교사의 지시 없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 선택하고 그 선택을 실행해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이라는 심리적 기초를 다지게 해 주며, 자율성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됩니다. 또한 자유선택활동은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시켜서 하는 활동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주도적으로 선택한 활동에서는 몰입도와 흥미가 높아지며, 이는 자기주도 학습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자율성을 키우는 자유선택활동의 환경 구성
자유선택활동이 자율성을 길러주는 시간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탐색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과 교사의 역할이 구조화되어야 합니다.
먼저 중요한 것은 활동의 다양성과 균형입니다. 블록놀이, 미술, 언어, 과학, 역할놀이, 조작놀이 등 다양한 영역이 고르게 구성되어 있어야 하며, 어느 한 영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주기적인 환경 점검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공간의 물리적 개방성과 시각적 정돈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으려면 각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필요한 재료들이 아이의 키 높이에 맞게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 교사의 언어와 개입 방식도 핵심입니다. “이건 하지 마”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해보고 싶니?”, “이 놀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와 같이, 선택을 유도하고 확장하는 대화 방식이 자율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결정 경험을 마무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예: 활동 후 정리 시간에 “어떤 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는지”를 나누거나, 스스로 놀이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통해 자율성과 자기 조절이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유선택활동의 질이 자율성의 깊이를 결정한다
모든 자유가 자율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무제한적인 자유는 오히려 방향성을 잃게 만들고, 무관심하거나 방치된 환경에서는 자율성이 아닌 무질서한 행동 패턴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자율성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자유선택활동의 질적 수준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활동에만 몰입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보아야 합니다. 특정 영역의 흥미가 낮은 것은 교구 구성이나 교사의 지원 방식이 부족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성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 간에 나타나는 행동의 차이를 민감하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율성이 부족한 아이는 선택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주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교사가 사전 선택지 좁히기, 활동 시간 짧게 설정하기, 성취 경험 늘려주기 등의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율성 경험을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유선택활동 시간은 ‘놀이’라는 명목 아래 가장 깊은 학습과 성장이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태도로 지원하는지가 곧 그 반 전체의 자율성 수준을 좌우하게 됩니다.
결론: 자율성 교육의 출발점, 자유선택활동 시간
자율성은 단순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체험하며 내면화되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유선택활동 시간에서 출발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선택하고 주도하며, 그 결과를 말하고 정리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면, 유아는 자연스럽게 ‘나는 할 수 있어’, ‘내 선택이 소중해’라는 내적 메시지를 갖게 됩니다. 자율성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역량입니다. 오늘의 자유선택활동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도록, 교사는 놀이를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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