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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어린이집 일과에서 감정 표현 기회 주기

by mimilo 2025. 11. 18.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고 말로 표현하는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을 통해 학습되는 영역입니다.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은 아이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타인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정을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조절하는 능력은 정서지능(EQ)의 핵심이며, 이후 사회성, 자기 조절력, 학습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글에서는 어린이집 일과 안에서 감정 표현의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그 의미를 알아봅니다.

어린이집 일과에서 감정 표현 기회 주기 이미지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간 마련하기

아이의 감정 표현은 단순히 울거나 웃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입니다. 어린이집 일과는 대부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지만, 그 안에 감정 인식 활동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등원 시간의 루틴화와 감정 체크 인 활동입니다. 예: 아이가 도착하면 “오늘 기분 어때?”, “어떤 색이 너의 기분이랑 비슷할까?” 같은 질문과 함께 감정 스티커, 감정 색 카드 등을 활용해 감정을 언어화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하루 중 좋았던 일, 속상했던 일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맞장구와 공감, 비판 없는 수용적 자세입니다. “그랬구나”, “속상했겠네”라는 말은 아이에게 ‘감정을 말해도 되는 공간’이라는 안정감을 줍니다.

일과 속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아직 서툰 유아에게는, 상황과 맥락 속에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 구조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활동의 종류보다도, 그 활동이 진행되는 방식과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자유 선택 활동이나 역할 놀이 시간은 감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이는 소꿉놀이를 하며 엄마 역할을 하거나 병원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평소에 느끼던 감정을 투사하거나 재현합니다. 또한, 미술 활동이나 음악 활동에서도 감정은 자연스럽게 표출됩니다. 색을 고를 때, 그림을 그릴 때, 소리를 표현할 때 아이는 언어 이상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언어 외적인 표현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다양한 기질의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과 중 발생하는 갈등 상황도 감정 표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을 두고 다툰 후,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지금 네 마음이 어떤 것 같아?”라고 질문을 던지며, 감정 인식 → 언어화 → 중재의 흐름을 익히게 합니다.

감정 표현을 생활화하기 위한 교사의 역할

어린이집에서 감정 표현 기회를 주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교사의 태도와 감정에 대한 민감성입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이를 단순한 떼쓰기나 산만함으로 보지 않고, 정서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먼저,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도 오늘 조금 피곤하지만 너희와 함께하니 힘이 나”, “지금은 좀 속상한 일이 있었어” 등 자신의 감정을 모델링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정서적 학습이 됩니다. 또한, 감정에 대한 언어를 꾸준히 반복하고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났어’, ‘기뻐’, ‘놀랐어’, ‘속상했어’ 등 기본 감정어부터 시작해, ‘민망해’, ‘실망했어’, ‘감동했어’ 등 세분화된 감정어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를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 “지금 기분 말해줘서 고마워”, “슬펐던 일 이야기해줘서 용기 있었어” 같은 말은 아이에게 감정 표현의 가치를 내면화시킵니다.

결론: 감정 표현은 배우는 것이며, 어린이집은 그 시작점이다

감정 표현은 아이의 본능이지만, 그 방식과 질은 교육과 환경을 통해 성장합니다. 억누르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되는 감정보다, 말로 표현되고 공감받는 감정은 아이의 마음을 건강하게 다듬고 세상과 연결시키는 힘이 됩니다. 어린이집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중요한 생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아이가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고, 표현된 감정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감정 표현 이상의 의미가 됩니다. 정서지능, 사회성, 자율성까지 길러주는 감정 교육의 첫걸음. 바로 그 출발점에 어린이집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