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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국가 재정 (근로소득세, 사회보험료, 로봇세)

by mimilo 2026. 2. 24.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일자리 감소만이 아닌 국가 재정 구조 자체의 근본적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월-E>에서 인간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떠다니는 모습은 SF적 상상이 아니라,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미래입니다. 그러나 영화 속 세계와 달리 현실에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라는 국가 운영의 핵심 재원이 존재합니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서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 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AI 시대 국가 재정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의 구조적 한계

우리가 흔히 국가에 내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보험료입니다. 근로소득세는 세금이며,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은 사회보험료에 해당합니다. 이 둘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사람이 일해야만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회사원이 월급을 받으면 근로소득세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까지 본인이 내는 돈과 여기에 회사가 더해주는 돈을 합치면 월급의 상당 부분이 국가 시스템으로 흘러갑니다. 이런 구조가 수십 년간 국가를 지탱해 왔습니다. 한국의 경우 근로소득 기반 소득세가 19%,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하면 40% 가까이가 사람의 노동을 통해 나옵니다.

그런데 AI가 사람의 일을 급속히 대체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I는 일을 해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AI는 아파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습니다. AI는 늙어도 국민연금을 내지 않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입니다. 이 제도들은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됐습니다. 젊은 사람이 돈을 내고 그 돈으로 아픈 사람과 노인을 돕는 구조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의료비와 연금 지출은 계속 늘어납니다. 게다가 수명이 갈수록 길어지면서 연금 재정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한계입니다. 가령 직원 5,000명이 일하던 공장이 자동화로 500명만 남게 되면 사라지는 것은 일자리만이 아닙니다. 그 4,500명이 내던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소비세까지 한꺼번에 증발합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멈추지 않는 상황, 이것이 바로 AI 시대 국가 재정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전부가 아니지 않느냐, 법인세도 부가가치세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AI가 있어도 기업은 남고 법인세는 거둘 수 있습니다. 사람이 소비를 하면 부가가치세도 유지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은 돈을 벌면 밥을 먹고 옷을 사고 영화를 봅니다. 소비할 때마다 국가에 10%씩 세금을 꼬박꼬박 냅니다. 그런데 AI에게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은 돈이 어디서 나서 그런 물건을 사고 부가가치세를 내게 될까요? AI와 로봇은 전기를 먹고 데이터로 일할 뿐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맛집 탐방을 하지 않습니다.

흔한 예상은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의 이익과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지만, 문제는 바로 세금입니다. 사람이 일해야만 발생하는 돈, 바로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국가는 회사처럼 매출이 줄었다고 지출을 바로 줄일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병원은 계속 돌아가야 하고 연금은 매달 지급돼야 합니다.

결국 노동 중심으로 설계된 조세·복지 체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입니다. 기술은 역사적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다른 형태의 노동을 만들어왔지만, AI 시대의 전환 속도와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할 것입니다. 모든 고용이 급격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는 다소 단선적일 수 있으나,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할 위기는 분명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로봇세 논쟁과 새로운 재정 모델의 필요성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로봇세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만약 어떤 로봇이 공장에서 5만 달러 어치 일을 했다면 그 소득에 대해 인간이 냈던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로봇에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로봇세입니다.

또한 AI로 많은 돈을 번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 AI가 이용한 인간의 데이터에 사용료를 부과해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가 성립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AI 활용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이 폭증해서 그 많은 부담금을 낼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AI 세금이 기술 혁신을 막고 기업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일찌감치 반대하고 있습니다. 로봇세 도입 여부를 떠나서, 더 근본적인 질문은 노동 중심 재정 체계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입니다. '로봇세를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중심으로 설계된 조세·복지 체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더 가까운 문제입니다.

모두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생활과 산업 전반에 AI 확산은 대세가 됐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백세 장수 시대, 그 오랜 세월을 과연 뭐 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월-E>의 인간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거기선 세금도 연금 납부도 건강보험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AI가 일을 하면 국가는 굶게 됩니다.

결론

AI 시대의 위기는 기술 그 자체보다,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로봇세 도입이 아니라,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정 모델과 사회 계약의 재설계입니다. 이런 <월-E>의 세계를 우리는 정말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UaQ6xrEh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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