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가 자주 겪는 고민 중 하나는 “정리는 왜 안 할까?”입니다. 분명히 정리하라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아이는 장난감을 흩어놓고 자리를 떠나거나, 책과 연필을 그대로 방치한 채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훈육이 부족한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정리 정돈은 단순한 지시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형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접근법과 환경 구성, 그리고 실천 전략을 소개합니다.

정리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닌 ‘익히는 과정’이다
먼저 기억해야 할 점은 정리 정돈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생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이 역시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리’라는 행동 자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는 인지 발달과 실행 기능(조직력, 계획력, 전환력 등)이 아직 미완성된 상태입니다. 즉, 어떤 활동을 끝낸 뒤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조적 사고가 어렵고, 감정이나 흥미 중심으로 행동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리라는 절차적 과정이 생략되기 쉽습니다.
또한 아이가 정리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른이 시키는 일’로만 받아들일 경우, 자발성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정리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정리의 필요성과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리를 안 해서 혼난다”가 아니라, “정리하니까 내 물건을 더 잘 찾을 수 있구나!”와 같은 인식을 형성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리 습관을 만드는 환경과 관찰의 중요성
아이의 정리 습관은 공간의 구조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물건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야 아이는 정리의 기준을 인식할 수 있으며, 정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정리를 ‘시도’하게 됩니다.
첫째,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곳에 정리 기준을 시각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바구니에는 해당 장난감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주고, 색연필, 퍼즐 등은 각각 구분된 수납함에 넣도록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구조화된 환경은 말보다 더 명확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둘째, 정리 과정을 함께 하며 모델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여기였지?”, “지금은 정리 시간이야. 같이 해볼까?” 같은 말로 아이와 함께 정리하면서 즐겁고 반복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면,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정리 후 마무리’라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됩니다.
셋째, 아이마다 정리 행동의 선호 방식이나 정리 시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아이를 관찰하고 맞춤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아이는 활동이 끝나자마자 바로 정리하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아이는 하루 전체 일과 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요가 아니라, 아이가 이해 가능한 방식과 리듬으로 정리 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는 실천 전략
아이의 정리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선 반복, 예측 가능성, 감정의 긍정 연결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정리 행동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첫째, 일상 속 루틴에 정리를 포함시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 놀잇감 사용 → 정리 → 다음 활동. 루틴이 형성되면 정리는 그저 익숙한 순서 중 하나가 됩니다. “우리 항상 놀고 나면 정리하고 밥 먹잖아”처럼 일상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를 반복해 주세요.
둘째, 정리 시간이 즐거운 시간으로 느껴지게 하세요. 타이머를 설정해 “우리 3분 안에 정리해 볼까?”, “정리송 틀고 해 볼래?” 등으로 정리 행동을 놀이처럼 연출하면 아이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특히 음악이나 경쟁 요소를 활용하면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셋째, 작은 성공 경험을 자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를 완벽히 하지 않아도 “네가 블록을 바구니에 넣었구나”, “색연필을 제자리에 놓았네” 같은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은 정리 행동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줍니다. 아이는 반복적인 성공 경험을 통해 정리를 어려운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넷째,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의 양과 종류를 제한하세요. 물건이 너무 많거나 수납 방식이 복잡하면 아이는 어디에 뭘 넣어야 할지 몰라서 포기하게 됩니다.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이 아이의 정리 행동을 쉽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정리의 목적을 공유해 주세요. 단순히 “깨끗해야 하니까 정리해”가 아니라 “정리하면 내 물건을 더 오래 쓸 수 있어”, “다음에 찾기 쉬워” 같은 이유를 말해주면 아이는 정리라는 행동에 내적인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결론: 정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형성하는 습관이다
아이에게 정리 정돈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정리해!’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반복적인 경험 속에서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리는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꾸준히 경험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형성되는 생활 습관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정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라는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정리 습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결국 평생을 함께할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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