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숏폼 영상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1인당 월평균 52시간, 10대는 하루 평균 64분을 쇼츠 시청에 소비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뇌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밝히는 숏폼과 롱폼 영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우리가 왜 긴 호흡의 콘텐츠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과학적 근거를 살펴봅니다.
숏폼이 유발하는 도파민 중독 메커니즘
숏폼 영상을 시청할 때 우리 뇌에서는 즉각적인 도파민 분비가 촉진됩니다. 이는 마약, 알코올, 니코틴 중독과 동일한 뇌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입니다.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선호 콘텐츠가 큐레이션되어 연속으로 제공되면서, 다음 영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적인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즉각 보상 시스템이 우리 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숏폼을 반복적으로 시청할 경우, 주의 집중력이 점점 짧아지면서 하나의 대상에 진득이 집중하는 능력이 저하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읽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중간중간 확인하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주의 집중 메커니즘 자체가 변형된 결과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의 저하입니다. 숏폼 영상을 한 시간 동안 시청한 후에도, 그 한 시간 전에 봤던 영상의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롱폼 영상을 시청했을 때와 비교하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으며, 설령 기억되더라도 파편화된 조각들만 남게 됩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애가 악어랑 놀았다'는 식의 피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정보만이 저장되는 것입니다.
복합적 사고 능력의 감퇴도 주목할 만합니다. 여러 정보를 조합하여 추론하는 능력, 즉 1, 2, 3, 4의 정보를 종합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 숏폼 시청 직후에는 현저히 떨어집니다. 부모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자전적 기억을 꺼내는 리콜 능력도 저하되어, '나도 어렸을 때 저런 경험을 했는데'라고 공감하며 자신의 기억과 연결하는 능력마저 사라지게 됩니다.
감정의 깊이와 집중력을 잃어가는 현대인
숏폼 시청이 가져오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감정을 깊게 느끼는 능력의 저하입니다. '헤헤, 재밌다', '으, 무서워', '아, 징그러워'와 같은 일차원적이고 피상적인 직접적 감정에만 반응하게 되면서,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사라집니다. 등장인물의 행동 뒤에 숨겨진 생각과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추론하는 공감 능력 자체가 저하되는 것입니다.
무기력과 동기 부여 저하 현상도 주목해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마약 중독의 심각한 단계에서 나타나는 공통 증상이 바로 무기력입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즐겁고 신나고 의미 있는 일로 느껴져 동기 부여가 되는 활동들이, 중독 환자에게는 '재미없어', '귀찮아', '그럴 힘이 없어'로 받아들여집니다. 숏폼 시청 역시 유사한 변화를 초래합니다.
수동적인 인간으로의 전락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누군가가 자동으로 떠먹여 주는 모든 일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스스로 책을 읽으려는 능동성은 사라집니다. '1분 만에 뇌과학 책 하나 떠먹여 드림'과 같은 콘텐츠를 보고 그 책의 내용을 다 알았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가짜 뉴스일 수도 있는데, 이를 구분할 능력마저 떨어진 상태에서 말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서 쇼츠 보는 것만 바라게 되는'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인식하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사회에서 경험한 감정들의 깊이, 집중력, 능동적 사고와 실천 능력이 모두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입니다.
롱폼 콘텐츠가 가져오는 뇌의 확장과 휴식
롱폼롱폼 영상을 시청할 때는 숏폼과는 전혀 다른 뇌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롱폼 콘텐츠를 볼 때는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고, 무려 20개가 넘는 뇌의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활성화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몰입을 경험하면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저 두 사람은 이어질까 헤어질까'를 생각하며 노르에피네프린과 아드레날린 분비도 촉진됩니다.
이때의 도파민은 숏폼에서 경험하는 짤막한 즉각 보상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주인공들이 다시 만났을 때 쏟아지는 눈물과 감동 속에서 나오는 도파민은, 깊은 몰입과 서사적 완결성이 주는 보상입니다. 흥미롭게도 긴장감 있고 스릴 넘치는 장면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분비됩니다. 스트레스를 받다가 도파민 분비로 쾌감을 느끼고, 모든 감정이 해소되면서 편안함을 경험하는 이 과정이 진정한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롱폼 콘텐츠 시청 후에는 공감 능력과 예측 능력이 향상됩니다.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후에는 시청 전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복잡한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다양한 각도와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퍼스펙티브 테이킹' 능력도 올라갑니다. 이는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기억력, 학습 능력, 주의 집중력, 깊이 몰입하는 능력 모두가 롱폼 시청 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와 관점에 더 열린 태도를 갖게 되며, 서로 다른 정보를 조합하고 자유 연상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능력도 증가합니다. 평소에는 잘 일어나지 않던 뇌의 네트워크들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자전적 기억을 떠올리는 능력도 향상됩니다. 드라마 속 공기놀이 장면을 보며 '나도 어렸을 때 했는데', 뽑기를 보며 '나도 먹었는데'라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회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억의 활성화는 단순히 영화가 영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표나 의미에 대한 자극으로 이어집니다. '나도 이제 스스로를 이렇게 변화시키겠어',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겠어'라는 결심을 하게 되는 동기 부여의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롱폼 콘텐츠의 가장 큰 효과는 뇌가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고민, 불안, 우울, 반추 사고에 갇혀 있던 뇌가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그 루프를 깰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내 고민을 내려놓고, 실제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뇌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리허설이 없는 무대'지만,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른 삶을 간접 경험하며 리허설을 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기 위해, 다른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참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론
스마트폰과 숏폼이 지배하는 시대, 우리는 점점 파편화된 클로즈업 장면들만 보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은 줌아웃하여 전체 스토리를 보고, 편집하고, 여러 장면을 배합할 수 있는 대가 영화감독의 시선에서 만들어집니다. 문해력 저하, 집중력 감퇴, 무기력을 체감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숏폼을 끊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롱폼 콘텐츠로 뇌를 확장하고 휴식시키는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mP7E_cvdW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