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배리어프리의 진짜 의미 (일상의 장벽, 웰컴가게, 존중의 설계)

by mimilo 2026. 2. 27.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그 변화가 모두에게 편리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 박충봉 씨와 청각장애인 고시원 씨의 일상을 따라가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버스 탑승이나 카페 주문 같은 일상적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됩니다. 배리어프리는 단순히 물리적 시설을 개선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배리어프리의 진짜 의미

일상의 장벽: 보이지 않는 차별의 연속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휠체어 경사로나 점자판을 자주 목격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박충봉 씨의 퇴근길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자비콜이나 바우처 콜을 이용하지만, 흰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아 택시 기사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131번이라는 숫자는 겨우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버스가 어디에 정차할지, 문이 어디에서 열릴지 예측할 수 없어 버스 이용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고시원 씨 역시 비슷한 고충을 겪습니다. 그는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생활 안에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 훨씬 더 장애로 느껴진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아날로그적 요소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스마트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장벽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로만 주문받는 카페는 그에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이 됩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의 문제가 아닙니다. 박충봉 씨가 말했듯 "큰 차별이나 힘든 것보다도 이렇게 한 번씩 안 되는 경험들이 많이 쌓여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일상의 작은 배제 경험이 누적되면서 장애인들은 점점 자신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배리어프리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웰컴가게 프로젝트: 작은 변화가 만드는 존중의 경험

배리어프리 활동의 구체적 사례로 웰컴가게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장벽을 깨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과 함께 배리어프리 물품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단순히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게 운영자들이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카페에서 점자 메뉴판을 만났을 때 박충봉 씨는 "마음이 편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이 메뉴를 직접 확인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가게가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는 배리어프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한 사람을 동등한 고객으로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부산의 한 굿즈 판매 상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웰컴가게 컨설팅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별도로 점원에게 묻지 않아도 상품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가격과 상품명을 모두 라벨에 기재했습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들의 위치도 조정하여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변화 이후 청각장애인 손님이 방문했을 때, 그는 입구에서부터 "배려심이 있는 공간"임을 인지하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가게 운영자는 "누구나 동등한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웰컴가게 프로젝트는 물리적 개선을 넘어 운영자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것이 실제로 장애인 고객에게 존중의 경험으로 전달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청각장애인 고시원 씨가 직접 컨설팅에 참여하면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존중의 설계: 모두를 전제로 한 사회 구조

배리어프리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특별한 배려'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 많은 배리어프리 시설들이 소수를 위한 추가 장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배리어프리는 애초에 모든 사람을 전제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점자판을 붙이는 것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산의 한 대안학교에서 시작된 점자와 수어 교육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잘 보여줍니다. 이 학교는 기존의 '위를 향한' 교육이 아니라 '옆을 향한' 교육을 지향합니다. 영어 교육이 성공과 성취를 위한 상향 이동의 도구라면, 수어와 점자 교육은 가까이 있는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한 수평적 관계의 언어입니다. 이 교육 철학은 배리어프리가 단지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의존이 아니라 자립을 원한다는 의미이며, 배리어프리 설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키오스크가 문제라면, 키오스크를 음성 안내와 촉각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버스 정류장이 문제라면, 실시간 음성 안내와 앱 연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춰야 합니다.
배리어프리는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웰컴가게 프로젝트가 보여준 가능성을 제도와 표준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건축법이나 상업시설 인증 기준에 배리어프리 요소를 필수로 포함시키고, 신규 개발 단계부터 모든 사용자를 고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는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결론

배리어프리는 결국 존중의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누군가에게 "이 사회가 나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됩니다. 웰컴가게 프로젝트와 같은 실천이 확산되고,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할 때, 배리어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QVvsU0jwNdI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