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전환은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권리 침해와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택시 예약 앱, 키오스크, M health 등 일상 곳곳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 관광객과 고령층은 서비스 접근성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시장 독점은 우리의 선택권 자체를 제한하고 있으며, 전기 공급 중단 시 모든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취약성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화가 진정한 선택지 확장인지, 아니면 권리 박탈인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네트워크효과가 만든 디지털 독점 구조
네트워크 효과는 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테크 기업의 절반 정도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그들의 기업 가치 중 70%가 바로 이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전화기의 사례처럼, 초기에는 두세 개만 있어도 가치가 없지만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가치가 상승합니다. 아마존,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이미 'winner takes all market'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사실상 시장 전체를 점령해 버린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다른 대안을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독점이라고 명명하기 애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점과 다름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 경쟁의 문제를 넘어서, 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로 발전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들은 처음에는 아날로그 방식과 병행하며 하나의 선택지로 제공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져 아날로그를 운영할 여력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택시를 예로 들면, 앱을 통한 예약이 보편화되면서 길가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전통적 방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부 기사들은 연세가 많은 승객들을 배려해 일부러 앱 예약을 받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는 개인의 선의에 기댄 임시방편일 뿐 시스템적 해결책은 아닙니다. 결국 네트워크 효과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편의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소외 계층의 권리 박탈 현실
디지털화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특정 계층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당한다는 점입니다. 버몬트 주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15년 버몬트는 DMV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며 18세 이상 면허증 소지자를 자동으로 투표 등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시스템 에러로 인해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이나 타 주 거주자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반면, 면허증은 없지만 투표권이 있는 장애인이나 고령층은 오히려 투표 등록에서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영상 제작자 본인도 이 과정에서 투표권을 상실했다고 고백합니다. 종이로 신청했지만 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한 주에서 투표권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사건입니다. 로펌을 통해 버몬트 주를 고소해야 마땅한 사안이었지만, 시간 부족으로 그냥 넘어갔다는 고백은 디지털 전환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독일의 M health 사례 역시 유사한 문제를 보여줍니다. 코로나 확산 직전 의료 시스템 디지털화 법률을 통과시킨 독일은 모바일 health 앱들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앱상의 문제는 업데이트로 해결 가능했던 반면, 오프라인 의료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는 해결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불평등 문제였습니다. 고령층은 글자가 작고 버튼 위치가 자주 바뀌는 앱을 사용하기 어려웠고, 저렴한 기기나 구형 기기를 사용하는 계층은 앱 자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보건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디지털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없다면 권리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합니다. 키오스크가 확산되는 카페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키오스크마다 기능과 사용법이 달라 혼란스러운 데다, 개인 데이터를 강제로 수집하는 경우도 많아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종업원과 말을 걸고 주문할 수 있는 인간적 상호작용 기회 자체가 사라지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은 일상적 소비 활동에서도 배제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아날로그선택권 상실과 시스템 취약성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아날로그를 선택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시스템 취약성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디지털이 추가 선택지로 제공되지만, 네트워크 효과와 경제적 효율성으로 인해 점차 디지털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립니다. 수제 옷이나 티셔츠가 비싼 것처럼, 손으로 만든 제품이나 아날로그 방식을 원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금방 찢어지고 가치 없는 패스트 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듯이, 아날로그 선택권은 이제 특권층의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제기된 전기 공급 중단 시나리오는 이러한 디지털 의존도의 치명적 약점을 정확히 지적합니다. 전기가 한 번이라도 끊기면 카드 계산, 요리, 차량 운행, 시간 확인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마비됩니다. 전쟁, 정치적 불안정, 기후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극도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글로벌 경쟁 때문에 디지털화가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모두 디지털 전환을 하는데 혼자만 아날로그를 고집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공성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도로에 차선이 있고, 건물 규모와 설계에 규제가 있는 것처럼, 디지털 전환 역시 단순히 자유 시장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AI 정책을 전면 자유화하는 방향과, 유럽처럼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원하는 디지털 세상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일상을 제어할 수 없는 단계까지 디지털에 종속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특히 올해부터 AI와 자동화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을 고려하면, 지금이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결론
디지털화는 분명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특정 계층의 권리를 박탈하고 시스템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독점 구조, 디지털 소외 계층의 권리 침해, 아날로그 선택권 상실과 전기 의존도로 인한 시스템 취약성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소비자와 사용자로서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들고, 진정한 선택지 확장인지 권리 박탈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이 모두를 위한 진보가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합의와 관리 체계를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drGDK1ayH7s